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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이야기

3천원

지난 주말, 집사람한테 만원을 받아서 7천원을 쓰고 3천원을 지갑에 넣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공감하겠지만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 힘든 나라다.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지금으로부터 10년전과 15년전을 생각해보는 일이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월급이 200만원이다 라고 했을때 어땠는가 생각해보자.

 

2000년을 전후하여 월 소득이 200만원이라면 그럭저럭 살만했을 것이다. 풍족하진 않아도 말이다. 00학번인 내가 처음으로 냈던 등록금이 196만원(문과기준)이었으니까.. 내가 졸업할때 냈던 마지막 등록금은 320만원이었다(2008년). 8년새 60%가 상승한 대학등록금, 그리고 같은기간 우리 가장들의 월급은 얼마나 변했던가?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 첫 취업한 이들의 연봉을 따져보면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말고는 평균연봉이 3천에 미치지 못한다. 연봉 3천이라는 것은 월 200이라는 소리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주변에 개판인 친구들도 많지만 가끔 멀쩡한 친구들도 있다. 아무리 그들이라 해도 5년을 모아도 수도권에 방 한칸도 전세로 구하기 힘든 것이 지금이다. 게다가 지방에서 올라와 월세에 산다고 치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지난 주말에 내가 지갑에 넣은 3천원은 1주일이 지나고 수요일인 지금도 그대로 들어있다. 오고가며 한푼도 쓰지 않았다는 소리다. 주말에 출근할 일이 있어서 우리팀 선임에게 택시비 만원을 얻은 것을 빼면 내주머니에서 들락날락한 돈은 한푼도 없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부모님의 마음을 배워가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배우고 있다. 우리 애기를 보고 한없이 좋아하는 부모님을 보면 나도 기쁘다.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이다. 부자는 아니지만 박스는 줍지 않고 살고있는 우리 가족도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내 지갑의 3천원이 열흘째 그대로 들어있는 것을 볼 때, 와이프가 쇼핑몰에 가서 푼돈의 결재만 했다는 문자가 날아올 때, 이런 저런 생각이 오간다. 좀더 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라는 생각이 말이다. 어쩌면 일에 대한 흥미를 잃은 나에게는 그저 더 많은 월급이 목표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이없게 어긋나면 그에 대한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 좋아하는 차도 안가지고 다니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고 길거리에서 오뎅하나 안사먹고 다니는 것을 대학교때 동료나 후배들이 안다면 놀라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시대의 직장인, 가장들은 다 이렇게 산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이럴 수 밖에 없다. 1억을 모아서 결혼했는데 결혼하니 1억의 빚이 더해지고 남의집에 세들어 사는 것이 현실 아니겠는가? 그래도 가족들이 있기에 나는 견디고 살아간다.

 

 

내가 항상 말하는 것이 그거다.

 

후배들이 진로상담을 많이 해온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이거저거 많이 해본사람이 나다. 항상 같은 말을 한다. 니가 가질 직장에서 보람을 느끼거나 꿈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상형하고 결혼하는 것이 불가능 한것 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일을 하는 것은 소득의 수단으로만 삼아라. 그리고 그 소득으로 어떻게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지를 고민해라.

 

실제 나는 백화점에서 과일장사도 해봤다. 당시에 월급이야 적었지만(인턴보다는 훨 많지만) 나는 주 5일 근무를 하고 나머지 2일을 누구보다 즐겁게 즐겼다. 겨울에는 5일벌고 스키장에가서 이틀을 지내다 돌아오고 여름에는 5일벌고 산으로 계곡으로 가서 텐트를 치고 놀고오곤 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에 잠기곤 한다.

가정이 생기고는 많은 것이 달라지긴 했다. 그러나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말에 누구보다 열심히 놀고 있다. 그것이 나와 가족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장에서 빅엿을 먹던 모욕을 당하던 그런거야머 그놈들과의 관계일 뿐, 나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월급을 받을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직장에서 갑어치를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양심의 문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아빠는 돈벌어 오는 사람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아빠라면 뭐든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아빠가 돈벌어온다는 핑계로 가정에 소홀하면 안된다.(가정에 소홀한 사람은 뭐가됬든 상종을 말아야 한다.) 그 돈으로 가족들하고 즐겁게 살면 되는 일아닌가? 그래서 나는 가족들과 즐겁게 살기위해 돈을 번다. 내년까지 3천원이 그대로 들어있어도 괜찮다.